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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별 블랙컨슈머…협박에 소송, 성희롱까지 천태만상
✍️ hanbit2102 📅 2011.01.26 00:00 👁 84
| 기사입력 2011-01-21 09:36 ◆블랙컨슈머의 재발견◆ “이래도 고객이 왕입니까.” 한 소비재기업의 고객전담 팀장이 다양한 블랙컨슈머 사례를 소개하며 이렇게 반문했다. 이들과 몇 번 상대하다 보면 두 손 두 발을 저절로 들게 된다는 게 그의 설명. 고객이 왕이라는 명제를 무색하게 하는 이들 블랙컨슈머를 5가지 유형으로 나눠봤다. 유형①환불·반품형 패션업계엔 무리한 환불과 반품 요구가 많다. 이를 이용해 교묘하게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사례도 있다. 일부 아웃도어 브랜드는 단체고객을 대상으로 10~20% 할인행사를 벌이곤 한다. 이때 고가의 고어텍스 재킷을 20~30벌 구입한 D씨는 백화점에 입점한 동일브랜드 매장을 찾아다니며 환불받아 차익을 챙겼다. D씨는 단체구매를 들키지 않기 위해 영수증을 지참하지 않고, 백화점 매장을 찾아 “바보 같은 마누라가 똑같은 옷을 또 사왔다”며 환불을 요구했다. 매장에선 영수증이 있어야 환불이 된다고 설득했지만 매장 내에서 큰소리를 치며 소란을 피우는 방식으로 환불을 받아냈다. 백화점 입점 브랜드에서 영업에 영향을 주는 사고가 발생하면 경고조치를 받기 때문에 현장 매장에선 환불을 해줄 수밖에 없었다. 또한 해당 브랜드가 할인행사를 벌이지 않는다는 점을 교묘히 활용해 차익을 챙겼다. 업계 관계자들은 “2년 지난 재킷을 가져와 보온성이 떨어진다며 환불을 요구하거나, 1년 지난 바지에 구멍이 났다며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업체에선 분명한 환불 규정이 있으나, 매장에서 소란을 피울 경우 ‘울며 겨자 먹기’로 환불을 해주기도 한다. 프랜차이즈 전문점도 마찬가지다. 포장 음식을 미리 전화로 주문하고, 이를 찾아간 E씨는 음식을 먹고 2~3일 뒤 다시 나타나 영수증을 내밀었다. 그러면서 E씨는 “집에 와서 보니 그때 전화로 주문한 메뉴와 달랐다. 피해를 봤으니 환불금과 택시비를 달라”고 요구했다. 사실 확인이 어렵고 이미 먹은 음식을 환불해달라는 무리한 주장이었지만, 식당에서 큰소리로 행패를 부리는 손님을 당해내기 힘들었다. 결국 해당 식당에선 현금을 지급했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도 이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E씨는 같은 수법으로 다른 프랜차이즈 지점 7~8곳에서 돈을 받아갔다. 결국 이 프랜차이즈업체는 E씨를 블랙컨슈머로 등록하고 직원 교육을 시켰고, 결국 현장에서 경찰에 신고해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일부 홈쇼핑업체에서는 상습적으로 환불 및 반품을 요청하는 고객들만 따로 관리하는 블랙리스트를 갖고 있다. 반품 신청 이후 환불만 받고 물건을 제대로 돌려주지 않는 고객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상품 반환을 회피하거나 아예 중고의 타 상품으로 반환하기도 한다. 일부 구성품을 개인적으로 유용하고 반품 시 불완전 반품하는 사례도 왕왕 있다. 지난해 A씨는 홈쇼핑에서 40만원대 고가 화장품을 구입했다. 얼마 되지 않아 A씨는 홈쇼핑업체 고객 상담실에 전화를 걸어 구입한 화장품에 문제가 있다며 반품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홈쇼핑업체에서는 일단 A씨에게 환불해준 뒤, 제품을 수거했다. 하지만 업체에서 반품 내용물을 확인해보니 화장품 케이스 안에는 본래 내용물이 아닌 이물질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파우더 용기에는 밀가루를, 스킨 용기에는 물을 담아놓고 반품한 것이다. 회사 측에선 고객이 부당행위를 했다고 판단,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지만 고객은 이를 딱 잡아뗐다. 결국 회사는 이 고객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을 준비 중이다. 또 다른 B씨는 홈쇼핑업체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100개 정도 구입한 뒤 나머지 99개를 반품했다. 딱히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제품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게 B씨의 주장. 하지만 한두 번이 아니었다. B씨의 과거 이력을 알면서도 업체는 반품 요청을 거절할 수도 없었다. 또다시 B씨가 제품을 구매하려고 해도 이를 저지할 방안이 없자 업체는 B씨가 주문할 경우 전담 상담원에게 자동 연결되도록 했다. B씨가 자동 ARS를 통해 주문하려고 해도 블랙리스트에 등재됐기 때문에 상담원에게 우선 연결된다. 상담원은 B씨가 구매하고자 하는 제품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주고 나서 구입 의사를 다시 한 번 확인해 사전 충동구매를 막고 있다. 유형② 생떼·억지형 “배송일에 휴가를 내고 집에서 기다렸는데 제품이 도착하지 않았다. 업무에 지장이 됐을 뿐 아니라 정신적 피해도 입었다.” 홈쇼핑업체에서 제품을 구매한 A씨가 업체에 전화를 걸어 보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제품이 하루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휴가를 낸 게 소용없었다는 게 A씨의 주장. 전문직에 종사한다는 A씨는 휴가로 인한 업무상 피해가 너무 크다며 업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억지 논리를 펼쳤다. 업체는 “배송일은 예정일이어서 하루 이틀 차이가 날 수 있다”며 A씨를 설득했지만 A씨는 막무가내였다. 물론 물건은 다음날 정상적으로 고객에게 배달됐다. 하지만 A씨는 정신적 피해까지 입었다며 보상금으로 100만원을 요구했다. 여기에 대해 회사는 돈으로 보상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계속 밝혔다. 다만 배송이 하루 늦어진 것에 대해 돈이 아닌 적립금을 제공했다. A씨는 더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이후 연락이 없었다. 인천 검단에 사는 K씨는 세탁 전문점인 C사에 맡긴 가죽 재킷이 세탁 후 문제가 생겼다며 현금 보상을 요구했다. 가죽 재킷 소매 끝에 때가 지워지지 않아 옷을 더 입기 어려워졌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어 그는 가죽 재킷의 구입가가 100만원이라며 카드 영수증을 증거로 보여줬다. 회사는 이를 미심쩍게 여겼지만 일단 보상해주기로 하고 영수증에 찍힌 매장을 찾아 금액을 알아봤다. 그 결과 해당 고객은 그 옷을 40만원에 구입했고 이후 매장과 환불 문제로 갈등을 겪었던 사실까지 추가로 알아냈다. 옷가게 주인은 “그 고객이 재킷 외에 여러 벌의 옷을 사갔고 다시 와서 때가 있는 옷을 팔았다며 옷값을 반환해 달라고 무리하게 요구했다”고 전했다. 옷가게 주인은 입던 옷이라 이를 거부하자 김 씨는 C사를 통해 돈으로 환불받고자 했던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그 고객의 환불 요구는 계속됐다. 결국 회사 측에선 현물로 보상해주겠다고 하고 옷을 산 매장에서 만나자고 했지만 K씨는 그 후 연락이 끊겼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미 산 옷을 수선할 때 과도한 서비스를 요구하기도 한다. 한 소비자는 남성복을 구매하고, 상의의 안감이 부실하다고 수선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사람이 요구한 건 수선만이 아니었다. 수선하는 기간 동안 입고 다닐 새 제품도 함께 요구했다. 이 소비자는 “회사의 부주의로 옷이 허술하게 제작됐으니 그 피해도 보상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회사 측에선 수선 기간이 최대 5일로 길지 않고, 새 옷을 지급한다는 것은 과도한 보상이라고 맞섰다. 결국 이 소비자는 해당 브랜드의 고객 서비스가 엉망이라는 내용으로 온라인에 글을 올렸다. 구성품이 누락됐거나 제품을 두 개 주문했는데 한 개밖에 도착하지 않았다며 추가 배송을 요구하는 사례도 많다. 문제는 상습적으로 추가 배송을 요구하는 고객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블랙컨슈머의 타깃은 기업들에 국한되지 않는다. 어느 정도 명성이 있는 자영업자도 타깃이 될 수 있다. 골동품을 소지하고 있던 A씨는 일부 훼손된 부분을 수리하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본 끝에 명장을 찾아갔다. A씨는 수리비로 수백만원을 지불하겠으니 골동품을 복원해달라고 요청했다. 골동품 수리가 끝난 뒤 A씨는 수리비를 지불하고 제품을 찾아갔다.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나 A씨가 명장을 찾아왔다. A씨는 명장이 수리한 게 마음에 안 든다며 원상복구를 해달라고 억지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한 번 수리한 골동품은 원상복구가 불가능한 법. 하지만 A씨는 “명장이 이래서야 되겠느냐”며 인터넷에 띄우겠다고 협박을 하기 시작했다. 명장도 물러설 수는 없었다. 법대로 하고 싶은 마음에 평소 알고 지내는 판사까지 찾아갔다. 그러나 당시 명장은 중요문화재를 신청해놓은 상황이라 소송까지 진행하면 나중에 불이익을 받을까 싶어 소송을 망설였다. 대신 A씨에게 연락을 취해 원상복구는 할 수 없지만 수리비는 돌려주겠다고 해 사건을 마무리했다. 유형③ 공갈·협박형 쥐식빵 사건을 겪은 SPC는 유사한 사건을 2년 전에 겪었다. 이른바 ‘지렁이 단팥빵’ 사건이다. 이 사건은 “단팥빵에 지렁이가 들었다”라고 제보한 A씨가 광주 북부경찰서에 공갈미수 혐의로 구속되면서 발생 50일 만에 종결됐다. 해프닝으로 끝난 사건이지만, 기업이 입은 피해는 컸다. 단팥빵을 제조한 삼립은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생산을 중단했고, 전국에 유통된 3만5000개의 제품을 전량 회수했다. 기업의 이미지에도 큰 타격이 가해졌다. 이 사건을 수사한 광주 북부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조사를 의뢰했다. 국과수는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지렁이와 단팥빵의 성분조사를 실시해 “발견 당시 지렁이가 빵 속에 들어 있던 게 아니다”라는 소견을 밝혔다. 단팥빵이 200도가 넘는 고온에서 구워지는 데 반해 지렁이는 발견 당시 물기가 남아 있었고, 열을 받은 흔적도 없다는 것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지렁이 단팥빵’이 발견된 곳 인근에서 지렁이가 다수 서식하는 것도 확인됐다. 경찰은 결국 지렁이 단팥빵을 제보하고, 진술 번복을 조건으로 5000만원을 요구한 A씨를 구속했다. CJ제일제당의 육가공 식품을 먹고 자녀가 장염에 걸렸다고 주장한 C씨는 만두 파동으로 기업이 입은 피해를 언급하며 치료비와 정신적 피해보상액으로 2억원을 요구했다. 또한 해당 제품을 전부 리콜할 것과 언론을 통한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은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보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이 사건은 한국화학시험연구원과 한국소비자원의 조사 결과 제품이 해당 병증을 일으키는 데 직접적인 원인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정하며 종결됐다. 동네 편의점은 주로 아르바이트생이나 직원 한두 명이 근무한다. 인원 수가 적기 때문에 편의점에서는 폭언·협박형 블랙컨슈머가 많다. C씨는 심야에 전기 요금을 납부하러 편의점을 방문했다. C씨가 가져온 청구서는 납부에 필요한 바코드가 없었다. 그렇지만 C씨는 무작정 전기 요금을 납부하겠다고 우겼다. 요금 수납이 불가능하자 C씨는 편의점 직원에게 욕을 하고 시비를 걸었다. 통신업체를 상대로 한 블랙컨슈머도 있다. 이들은 영업점이나 고객센터에 접촉해 서비스 장애 등을 이유로 금전 보상을 요구하는 게 일반적이다. 과정은 대략 이렇다. 먼저 A/S 기사에게 모멸적 언행으로 시비를 건 후 약점을 잡아낸다. 그러고 난 후 약점을 미끼로 지사장 혹은 지점장의 사과를 요구한다. 직원 인사조치까지 거론하다가 슬쩍 금전 보상을 요구한다. 최근 대학 강사와 학원 강사를 사칭해 각 통신사를 돌면서 이와 같은 일을 저지른 사람이 있었다. 그가 요구한 금액은 10만~30만원 수준. 즉,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약소한 금액을 요구하면서 통신사를 상대로 여러 차례 돈을 뜯어냈던 것이다. 유형④ 스토커형 특별한 요구 사항 없이 집요하게 업체를 괴롭히는 경우도 많다. 고양시 소재 한 마트는 홈페이지 게시판에 불만 사항을 지속적으로 올리는 고객 때문에 요즘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에 올라온 글을 보면, ‘크리스마스 시즌인데 캐릭터 장난감이 비싸게 책정됐다. 부모들이 봉이냐(2010년 12월 24일)’ ‘고객의 소리를 멸시했다. 당신들은 나를 비참하게 짓밟고 망가트린 원수다(2010년 12월 20일)’ ‘고객의 권리를 무시당했다. 나는 고객인가 인간쓰레기인가(2010년 12월 18일)’ 등이다. 고객이 업체에 불만을 제기할 수 있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다. 이 사람은 수차례도 아니고 무려 4년 동안 비슷한 내용의 불만을 제기해왔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서도 해당 마트에 불만을 제기하는 것을 그치지 않았다. 거의 스토커 수준이다. 비슷비슷한 내용의 게시물을 홈페이지에 도배하거나 대표이사를 만나야겠다고 항의한다. 그가 이처럼 끈질기게 항의하는 데는 마트 책임도 있다. 처음 이 고객이 불만을 제기했을 때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누적되면서 해당 고객의 감정도 극에 달해 4년째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마트에서도 딱히 해결책을 찾지 못해 손을 놓았다. 홈쇼핑업체에 지속적으로 전화를 걸어 괴롭히는 경우도 흔하다. 특히 여성 상담원을 대상으로 성희롱에 가까운 언사와 요구를 해오기도 한다. “남성용 팬티도 핑크색을 만들어 달라.” “꽃무늬도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한 남성고객이 홈쇼핑업체에 전화를 걸어 상담원에게 요청한 내용들이다. 그는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1000회에 걸쳐 상담원에게 이런 요청을 했다. 그렇다고 물건을 구입한 것도 아니다. 그는 요즘에도 팬티와 스타킹을 구매하지도 않으면서 전화를 걸고 있다. 유형⑤ 소송형 거두절미하고 소송으로 가는 블랙컨슈머도 있다. 쌀을 구입한 E씨는 쌀벌레가 쌀에서 발견됐으니 정신적인 충격을 보상하라며 위자료를 요구했다. 쌀을 판매한 업체는 E씨에게 정신적 충격을 증명할 수 있는 병원 진료 내역과 증빙 자료를 요청했다. 그러자 E씨는 다짜고짜 법원에 민원을 올리고 6차례에 걸쳐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후 고객은 다시 업체에 전화해 “법원에서 만나고 싶지 않으면 3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보내라”고 요구했다.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 기업 이미지 악화 때문에 이들 악성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는 경우가 많은데, 결국 그 비용은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블랙컨슈머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면 그 피해는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간다”고 말했다. [김범진 기자 / 문희철 기자 / 김헌주 기자 / 윤형중 기자] 기업들의 대응 백태…‘웬만하면 덮자’에서 ‘신속대응’으로 진화 | 기사입력 2011-01-21 09:36 ◆블랙컨슈머의 재발견◆ ‘첫째, 심하게 격분했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는 고객을 응대할 때는 우선 제삼자를 내세워라. 고객이 담당자에게 화가 나서 격분하는 경우 그 사람이 계속해서 상대하는 것보다 문제 해결이 가능한 선배나 상사가 대신 해결해주는 게 좋다. 둘째, 시간을 벌어라. 내방 고객은 상담실로 안내해 아주 잠시 혼자 두게 해 화를 가라앉히게 하라. 전화 고객의 경우 일단 안심시켜서 전화를 끊고 담당자가 전화를 걸어서 역시 화를 가라앉힌 후 다시 통화하라. 셋째, 장소를 바꿔라. 상담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장소를 바꿔 주의를 환기시켜 화를 가라앉히도록 하고 음료를 제공하는 등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는 방법을 써라. 이때 새로운 불만요소를 제공하지 않도록 유의하라.’ 모 시중은행의 블랙컨슈머 응대 방법 교안 중 일부를 발췌한 내용이다. 각 회사들은 공식적으로 블랙컨슈머에 대한 매뉴얼이 없거나 혹은 상황에 맞춰서 대응한다고 알려왔다. 하지만 실은 앞서 소개한 사례처럼 상당히 구체적인 매뉴얼들을 갖고 있었다. 매경이코노미는 각 회사의 대응 매뉴얼들을 취합, 유형별로 나눠봤다. 일단수용 예상외로 많은 기업들이 블랙컨슈머의 요구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소액의 손실을 보더라도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경우 더 큰 손실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소비자 불평행동 과정에서 나타나는 소비자의 문제행동에 관한 탐색적 연구’에서 조사 대상 기업의 77.8%가 기업 이미지를 위해 무리한 요구를 수용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08년 국내 300개사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도 87.1%의 기업이 과도한 보상 요구나 규정에 없는 부당한 요구를 경험했고, 이 중 75.8%는 부당한 요구를 수용한 적이 있었다. 블랙컨슈머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과정에도 업체별로 노하우가 있다. A기업은 고객만족센터 민원담당팀장을 선발할 때 주로 나이가 지긋한 사람을 선발한다. B식품업체는 CS마스터를 선발할 때 최소한 부장급 이상 직원 중 현장 영업 경력이 풍부한 직원을 선발한다. 아무리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는 블랙컨슈머라도 나이가 많은 사람이 와서 사정할 경우 마음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업체는 고객의 요구 중 일부만 수용하는 방식을 택한다. 향후 같은 문제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받기도 한다. 모든 요구를 수용할 경우 상습적 블랙컨슈머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선물공세 블랙컨슈머의 요구를 직접적으로 수용하지 않는 대신 사은품이나 선물 공세로 대처하는 업체들도 있다. 블랙컨슈머들의 마음을 달래 원천적으로 문제를 봉쇄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지난해 9월 C마트를 방문한 소비자가 무빙워크에서 넘어져 멍이 들었다. 이 소비자는 “마트 직원이 치료 수속을 대신 밟아주지 않고 진료할 때 옆에서 지켜주지 않았다”며 수십 차례 항의 전화를 하고 지사장을 협박했다. C마트는 과일과 고기 등 선물세트를 들고 블랙컨슈머를 방문해 문제를 해결했다. D항공사는 항공사의 실수로 비행기를 놓쳤다고 주장하는 블랙컨슈머에게 여행 할인권, 정기 여객기 이용권과 함께 꽃을 배달해 블랙컨슈머의 마음을 돌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작정하고 민원을 제기하는 블랙컨슈머가 많아서 통상 선물로 마음이 한 번에 돌아서지는 않는다”며 “두세 번 방문해서 이해를 구한 다음 선물을 제공하면 누그러지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한 시중은행 내부 교육 자료는 “시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항의 유형과 강도에 따라 보상을 함께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대응 매뉴얼을 갖고 있다. 신속대응 식품업체 농심은 2008년 3월 ‘새우깡’에서 이물질이 발견된 이후 ‘움직이는 사무실’을 만들었다. 움직이는 사무실은 원격화상처리시스템을 갖춘 차량으로, 농심은 현재 6개의 움직이는 사무실을 보유하고 있다. 농심이 이를 만든 이유는 이물질 발견 신고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다. 움직이는 사무실을 통해 농심은 안양, 군포 등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에서 이물질 발견 신고가 들어올 경우 2시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할 수 있다. 이곳에서 고객이 제시한 이물질을 화상으로 식품안전 전문가에게 보여주면, 전문가는 이물질의 상태와 종류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대응 방안을 일러준다. C식품업체 역시 ‘고객대응 가이드’를 통해 “현장 1차 대응자는 고객만족팀과 대응 지침을 협의”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업체들은 “블랙컨슈머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초기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건이 발생한 즉시 증거와 정황을 파악할 경우 시시비비가 보다 정확히 가려지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이물질 삽입 문제에서 일단 이물질을 회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이물질을 블랙컨슈머가 그대로 갖고 있을 경우 문제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논리반박 E식품업체는 제품에서 애벌레가 발견됐다는 민원을 상습적으로 제기하는 소비자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 그래서 E업체의 민원담당자는 넷북을 들고 민원을 제기한 소비자의 집을 방문했다. 넷북에는 애벌레가 제조과정이 아니라 유통과정에서 봉지를 뚫고 들어가거나 번식할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들이 담겨 있었다. 블랙컨슈머를 설득하기 위해 E업체는 고려대 분자생물공학연구실에서 연구한 자료나 방송사에서 화랑궁나방 유충 영상을 구매하기도 했다. SPC는 지난해 8월 부산 배스킨라빈스 매장의 아이스크림에서 비둘기 깃털이 발견되자 즉각 식품의약품안전청과 서울대 수의학과에 조사를 의뢰했다. 조사 결과 깃털은 아이스크림 제조 과정과 무관하게 소비자가 아이스크림을 구매한 다음 삽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적극적인 대처로 오해를 푼 사례다. 이처럼 논리적 반박으로 블랙컨슈머가 더 이상 반박할 여지를 주지 않는 업체들은 고객을 대응하는 담당자들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서도 열심이다. F업체는 고객만족팀 임직원을 능률협회나 생산성본부에 1년 정도 파견해 고객 만족 전문 교육을 반드시 수료하도록 규정해 전문성을 키우고 있다. ■ SPC의 쥐식빵 대응 사례 SPC는 최근 ‘쥐식빵’ 사건이 발생하자 즉각 긴급상황팀을 구성하며 신속하게 대처했다. 인터넷으로 쥐식빵 의혹이 불거지자 경찰 수사 의뢰, 식약청 신고, 기자회견을 모두 단 하루 만에 속전속결로 해치웠다. 경찰 수사 결과 쥐식빵 사진 유포자는 경쟁업체인 뚜레쥬르(CJ푸드빌)의 가맹점주였음이 확인되면서 사건은 종결됐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 문희철 기자 reporter@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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